녹내장 후기(2) 라섹하러 갔다가 발견한 중기 녹내장, 첫 안약 코솝S

목차
라섹을 원했던 나
시력교정술 전 검사
검진 중... 이상소견
정밀검사 후 '녹내장' 진단
코솝 S와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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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의사의 녹내장 치료 일지(1) 현재 상태

 

라섹을 원했던 나

2018년 가을, 나는 의대 본과 4학년(6학년)이었다.

 

의대 졸업을 앞둔 나는 11월 초에 있던 의사 실기시험을 마치고 시력교정술을 받으러 큰 안과병원에 갔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쓰던 안경이었다. 

 

양안 -9디옵터로 항상 최대한 압축을 해도 더 이상 얇아지지 않는, 두꺼운 안경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특별한 날에는 렌즈를 끼고는 했지만 그마저도 안구건조증 때문에 이물감이 심해 오래 끼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곧 인턴을 시작하게 되면 이만큼 오래 쉴 수 있는 날이 없을 것이기에 적절한 타이밍에 쉬면서 수술을 받고 싶었다.

 

시력교정술 전 검사

안과 단일 병원으로는 가장 큰 병원에 갔다.

 

시력교정술 전에 받아야 하는 검사들을 차례로 받았다.

 

각막의 두께가 얇아 라식, 라섹은 불가능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워낙 시력이 나빠 어느 정도 예상했던 터라 크게 슬프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렌즈삽입술까지도 생각했었기에 괜찮았다.

 

검진 중... 이상소견

렌즈삽입술을 위한 검사들을 몇 가지 더 진행했다.

 

근데, 시야검사 도중에 검사자가 좀 당황하더니 다시 검사를 하자고 했다.

 

‘안경에 먼지가 있어서 그런가?’ 라는 생각을 했다.

 

안경을 닦고 검사해보자길래 안경닦이로 안경을 깨끗하게 닦았다.

 

재검사를 하고 나서 검사자는 나에게 시야가 좀 좁다는 말을 했다.

 

“결과가 좀 안좋아서 의사 선생님 진료를 먼저 보고 오실게요”

 

2018년 11월 20일, 녹내장 간이 시야검사. 회색영역은 시야결손이 진행된 곳

 

아무 문제 없었다면 라섹 또는 렌즈삽입술 수술 날짜를 잡으러 만났을 의사 선생님을.. 나는 검사 중간에 만나게 되었다.

 

“간이 시야검사에서 양쪽 눈의 위쪽의 시야가 잘 확인되지 않습니다. 정밀 시야검사가 필요합니다.”

 

사실 그때까지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시력이 나쁘니 어쩔 수 없이 시야도 잘 안 나올 거라고 생각했었고 '간이검사'이기에 정확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밀검사 후 '녹내장' 진단

10분쯤 걸리는 정밀 시야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의사선생님 진료를 보게 되었다.

 

"녹내장이 맞습니다. 정상안압녹내장입니다. (안압 16-18)

 

나이에 비해 꽤 진행됐네요. 시야결손도 꽤 있고요.

 

시력교정술보다는 녹내장이 진행되지 않게 막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2018년 11월 20일 녹내장 정밀 시야검사 결과.

 

각각 오른쪽 눈, 왼쪽 눈의 시야검사 결과이다. 

 

짙은 검은색일수록, 시야결손이 심한 곳이다. 남들은 보지만 나는 못 보는 곳. 

 

회색 영역은 50% 확률, 흰색은 나도 잘 볼 수 있는 곳.

 

시야검사와 그에 따른 시력결손. A정상, B초기, C중기 D말기. (출처 서울아산병원)

 

정상인인 A와 확연히 다른 내 시야검사.

 

VFI는 Visual Field Index의 약자로, 남은 시야의 %를 알려주는 숫자인데

 

나는 26살(만 24세)에 벌써 양쪽 눈 둘 다 72%의 시야만 남아있었다.

 

이미 초기 단계는 넘은 녹내장.. 나이에 비해 진행된 녹내장...

 

그 말을 들었을 때의 충격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라섹 또는 렌즈삽입술을 받으러 갔던 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는 병원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코솝S와 주의사항

"코솝S라는 녹내장 안약을 처방해 줄 테니 매일 12시간 간격으로 넣으세요.

 

임신 계획이 있다면 의사에게 알려야 합니다.

 

대부분의 녹내장 약들은 임산부에게 쓰기 어렵습니다."

나는 20대에 평생 녹내장 약을 넣어야 하는 환자가 되었다.

 

게다가 엄마가 되려면 임신하는 10개월 동안 약을 끊어야 한다.

 

그동안 내 시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참 무서운 말이었다.

 

나는 그날을 꽤나 울적하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