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입니다
아마 '특수검진' '특검'이라는 이름으로 저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특검 결과가 나쁘니 본인의 부서를 옮기게 해달라는 근로자분들이 있습니다
경험상 2000명 당 한 명 정도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소음이 심한 곳에서 일하는 분이 특검 때 시행한 청력 검사의 결과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들으면 ' 시끄럽지 않은 곳으로 부서를 옮겨 주시오! ' 라고 제게 요구하시지요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포스코posco 같은 큰 대기업에는 사내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고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포스코의 산업보건의를 겸하죠
이런 경우, 산업보건의는 근로자의 특수검진 결과 해당 근로지에서 계속 일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해가 된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근로자, 팀장, 회사의 인사권자와 함께 대화를 하여 근로자를 안전한 곳으로 배치시키도록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업장 산업보건의'가 아닌 일반 병원 소속의 의사입니다
저는 해당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바깥 사람' 입니다
병원과 회사가 해당 연도 특수건강검진을 계약한 것 뿐, 병원 소속인 저는 해당 회사의 인사권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말할 권리가 없습니다
애초에 인사권자를 만날 방법도 없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특수검진 결과 청력이 점점 안 좋아지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소음이 심한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옮길 수 있을까요?
정말 심각한 경우 (D1 = 직업병 유소견자)라면 회사가 먼저 부서를 이동시키는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 부서이동을 요청하시는 분들은 D1에 해당하지 않으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직접 회사와 면담을 하셔야 합니다
팀장 또는 인사팀에게 부서 이동을 원한다며 면담 신청을 해야 합니다
아마 해당 인사권자는 '이유'를 물어볼 것이지요
그리고 그 이유가 타당하고 작업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해당 인사권자는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오라 할 것입니다
회사에서 요청하는 대로 이때 다시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를 찾아주시면 됩니다
(이비인후과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고 하면, 이비인후과 의사를 만나 소견서를 요청하시면 됩니다)
예전에 공황장애 및 우울증 환자분이 저희 과에 내원하였습니다
이 분은 특정 부서에서 일을 하고 3교대를 하며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심해지신 분이었습니다
증상이 너무 심해져서 더 이상 약으로 조절이 어려워 3교대가 아닌 낮근무만 하기를 원하셨던 분이었습니다
인사팀을 찾아가 본인의 증상과 부서 이동을 원한다고 하니, 인사팀에서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분은 저희 과를 찾아와 소견서를 받아가셨습니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 아마 주간근무만 하게 바뀌셨겠죠?
정리하자면, 인사권은 회사의 고유 권한입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것보다 '자유'를 중요시하는 나라입니다
청각장애로 산재를 받은 사람이라면 소음이 있는 곳에서 일하게 할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인이라면 청력이 조금 나쁘다고 해서 해당 부서에서 근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금지법에 위반됩니다
본인의 건강 때문에 해당 부서에서 일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먼저 인사권자와 상담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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