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진료실에 한 여성분이 배치전 건강진단을 받으러 오셨습니다
유해인자는 "소음"이었습니다
이전에 그 작업장에서 일하던 분께 들었던 건,
세척작업을 하는 곳이고, 옆에 세척기계가 돌아가는 소음이 커서
일할 땐 꼭 귀마개를 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오신 분께 유해인자에 "소음"이 있는 이유와
현재의 청력은 어떤지,
그리고 현재의 청력을 지키려면 근무할 때 귀마개를 꼭 끼셔야 한다는 것과
귀마개를 올바르게 끼는 방법까지 설명을 드렸습니다
업무상질병 요양자란 쉽게 말해 산업재해, 산재라고 인정을 받은 경우를 말합니다
과거에는 진폐증과 함께 1-2등을 다투었다는데
2020년에는 진폐의 3배가 넘습니다
탄광이 많이 없어진 이후로 진폐증은 줄어들고 있지만
작업장의 소음은 여전하니까요
또 근로자를 만나는 제가 진폐증환자보다 소음성 난청 환자를 더 많이 보게 되는 건
청력이 망가졌을 뿐, 신체적인 능력 자체는 보존되기 때문이겠지요
어찌 되었든 저는 매일
1)소음이 큰 작업장에서 새로 근무를 시작하는 근로자나
2)소음이 큰 곳에서 작업중인 근로자
3)또는 이미 난청이 많이 진행되어 소음성 난청으로 재검(2차검사)를 받는 근로자를 보게 됩니다
오늘처럼 소음이 큰 작업장에서 새로 근무를 시작하는 근로자분을 뵐 때
그분들께 꼭 말씀드리는 것이 있습니다
귀마개를 꼭 정확한 방법으로 껴달라는 것입니다
귀마개는 최대한 얇게 만든 후에, 반대손으로 귀를 당기며 넣어야 합니다
반대편 손으로 귓바퀴를 당기지 않으면 귀마개가 안쪽으로 끝까지 잘 들어가지 못합니다
귓바퀴를 잘 당겨야 귀의 외이도가 1자로 펴지고
그 상태에서 귀마개를 넣어야 충분한 차음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소음성 난청이 진행되어 오시는 분께는 사실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소음성 난청은 치료법도, 회복되는 경우도 없습니다
유지하시거나 나빠지거나, 둘중 하나입니다
청력은 한번 나빠지면 좋아지지 않습니다
약도 없고 수술로도 치료되지 않는, 청신경이 죽은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보청기를 끼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분들을 뵈면
나중에 귀가 더 나빠지면, 또는 퇴직하시기 전에
꼭 산재 신청을 하셔서 "장해등급"을 받으시라는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부분은 노무사와 함께 해야 하는 영역이니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인 저는
산재 인정 기준이나 절차 정도만 안내해드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소음성 난청이 명확한데도 심사에서 부적합, 부지급 판정되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그러면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괜한 상처만 받고 멈추게 되는 분들을 많이 뵈었습니다
또한 보상은 둘째치더라도
청력 손실과 함께 거의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명으로
자기 전 들리는 매미소리 때문에 힘들다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무엇보다도 손자, 손녀의 말을 잘 못알아듣겠다는 분들이나
전화통화가 어렵다고 호소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TV소리가 자꾸 커져서 아내분에게 구박을 받는다거나
식당 같이 여러 명이 웅성거리는 곳에서는
특히나 더 대화가 불가능해서
그냥 이해한 척 끄덕끄덕 하고 계신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소음성 난청이 진행되고 나면
사람들 사이에서도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소음"으로 인해 배치전 건강검진을 받는 분들께
특히나 더 시간을 쏟아 설명을 드립니다
소음성 난청은 귀마개만 끼면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는
원인이 명확한 직업병이니까요
다음엔 근로자분들께 주로 많이 듣는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보겠습니다
-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쿠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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